캘리포니아는 소송이 가장 많은 주로 잘 알려져있다. 그 많은 소송 중에서도 특히 고용주와 직원간의 노동법 소송이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노동법만을 다루는 로펌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전 로펌에서는 상법 소송이나 민사 소송도 다수 다룬 경험이 있다.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다른 분야의 소송과는 접근 방법이나 해결책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노동법 소송과 다른 분야의 소송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고용주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또 고용주가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나눠보려고 한다.
먼저, 상법이나 민사 소송과는 달리, 노동법 소송에서 고용주는 소송 관련 정보나 증거 수집에 있어 원고측 직원보다 우위에서 시작하게 된다. 대부분의 노동법 소송 관련 서류들은 고용주가 이미 법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서류들이고, 증인이 될 만한 이들은 현재 고용 중인 다른 직원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 시작시, 고용주는 원고측 직원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서류, 증인들을 미리 검토하고 분석할 수 있다. 상법이나 민사 소송에서의 피고인들과 비교해 보아도, 고용주는 증거 수집이 비교적 빠르고 쉬운 편이다.
물론 소송이 진행되면 원고인 직원측도 다른 분야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디스커버리’라는 증거 공유 절차를 통해 관련 서류와 증인들에 대한 정보를 고용주에게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송 접수일 기준으로 60일 정도 지난 후에야 관련 정보를 직원측에 넘겨주게 된다.
이러한 지연을 막기 위해, 많은 경우, 직원측 변호사는 소송을 접수하기에 앞서 직원의 인사 기록과 임금 기록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 보통은 변호사 편지 형태로 요청이 들어오며, 이러한 요청을 받으면 노동법 상 임금 기록 (i.e., 임금 명세서, 근무시간 기록 등) 은 21일 내에, 인사 기록 (i.e., 지원서, 업무 평가서, 직원이 서명한 서류 등) 은 30일 내에 열람하도록 허락해주어야 하고, 보통은 복사본을 직원측 변호사에게 보낸다. 인사 기록과 임금 기록을 받은 직원측 변호사는 케이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증거 수집을 하게 된 셈이지만, 고용주의 전반적인 인사 정책이나 관련 사건 조사 기록, 당사자 이메일, 증인 등에 대한 정보는 없으므로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머무를 수 있다.
따라서 고용주는, 직원측 변호사에게 서류나 정보를 넘겨주어야 하는 날짜 이전의 기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가지고 있는 정보를 미리 검토하고 분석한 후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때, 고용주가 서류 정리나 보관 등이 잘 안되어있어 미리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도 있다. 법적으로 고용주는 직원의 인사 서류를 적어도 4년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가 없거나 미흡할 경우 고용주가 소송에서 전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서류 하나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증인들의 증언만으로 증명해야 한다면 소송 비용이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일을 잘 못해서 구두로 경고를 여러번 주다가 결국 해고했는데, 직원은 본인이 나이가 많아서 부당하게 해고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경우, 문서화된 경고 하나만 있으면 증명할 수 있는 직원의 업무 성과 부족 사실을, 문서가 없으니 여러명의 증언을 통해 증명해야 하게 된다. 증언을 통한 증명이 필요할 때는 바로 법정에 가서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데포지션’이라는 증언녹취 절차를 먼저 거치게 되는데, 보통 3-6시간이 소요되고, 속기사나 통역사를 고용해야 하며, 변호사도 준비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명의 증인을 ‘데포지션’하는데 수천불의 비용이 들게 된다. 따라서 고용주가 인사 평가를 문서화 하고 인사 기록 관리만 잘 해놓아도 소송 대응 계획은 물론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항상 계획한대로 소송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고용주가 많은 정보를 먼저 가지고 있다고 해도 ‘디스커버리’ 절차 중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송 초기에 고용주가 변호사에게 전달해주지 않은 문자 메세지나 서류, 알려주지 않은 사실들을 나중에 원고측 직원을 통해 알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소송에 비해, 그러한 변수들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결론을 맺자면, 고용주는 평소에 문서화와 서류관리에 신경쓰고, 소송 초반에는 변호사와 함께 최대한 많은 증거 수집을 하며 소송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liability, 즉 고용주가 직원에게 배상해주어야 하는 금전적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예를 들어 오버타임을 잘못 계산하여 미지급된 임금이 있는 등, 법적으로 직원에게 배상해주어야 하는 금액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소송을 계속 진행하기 보다는 먼저 합의를 시도해보아야 한다. 이유인즉슨, 재판에서 직원이 조금이라도 미지급된 임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경우, 법적으로 고용주가 직원측 변호사의 재판 비용과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물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용주가 재판에서 이길 경우에는 고용주가 직원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고용주는 미리 가지고 있는 증거를 잘 활용해서 배상 의무 여부를 판단한 후, 합의를 할 것인지 소송 대응을 할 것인지를 잘 결정해야 한다. 만약 서류상으로도 배상 의무가 명백한 케이스라면, 대부분의 경우 시간을 끌고 소송에 대응한다고 해도 고용주에게 크게 유리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