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 백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 초 기준, 캘리포니아는 Phase 1A 에 해당하는 의료계 종사자와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 외에 Phase 1B 에 해당하는 고령자 (65세 이상), 요식업 및 농업 종사자, 교육계 종사자 및 응급 서비스 종사자에 한하여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만 Phase 1A 해당 인구는 약 300만명, Phase 1B 해당 인구는 약 1,20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3월 15일부터는 65세 이하의 기저질환 환자나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사람들도 접종을 시작할 수 있고, 기존의 화이저, 모더나 백신 외에 얀센 백신도 추가적으로 FDA 승인이 이루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보급은 많은 고용주들에게, 특히, 의료계는 물론 요식업, 식품 유통업, 리테일 등 고객과 대면 해야하는 비지니스들에게 직원 안전과 고객 안심을 위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많은 고용주가 전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시지만, 답변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먼저, 연방 노동 기관인 공평 고용 기회 위원회 (EEOC) 의 2020년 12월 지침을 보면, 고용주가 백신을 의무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 없으나, ‘만약 의무화 할 경우’ 고용주에게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에 대해서는 반복적인 언급이 있다. 이를 통해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은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백신을 직접 공급받아 일터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접종을 하는 경우, 백신 접종 전 안전을 위해 직원의 건강 상태나 병력 등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장애 복지법 (ADA) 에 따라 금지된 ‘직원의 장애에 대한 문의’에 해당될 수 있으며, 이러한 답변을 의무화 할 경우 ADA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용주가 일터에서 직접 백신을 접종을 하더라도 직원 접종을 선택화 할 경우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되어 ADA 위반을 면할 수 있다. 또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 하더라도, 고용주가 직접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제삼자의 기관에서 접종하도록 한다면, 고용주가 ‘장애에 대한 문의’를 직접 하지 않게 되고, 답변도 알 수 없게 되어 ADA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직원이 종교적 신념이나 신체적인 이유 (예를 들어 알러지 반응 위험성) 등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고용주가 무조건적으로 접종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기존의 노동법 상 기준인 ‘합리적인 편의’ (reasonable accommodation) 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인지, 어떤 편의 제공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개별적인 분석과 직원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문서화 하는 것이 좋다. 기존 노동법 기준과 마찬가지로 직원이 요구하는 편의가 회사에 과도한 부담 (undue burden) 을 준다면 고용주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EOC 에 따르면 고용주가 의료 산업과 같이 공공 안전을 보호하는데 직접 관여하는 사업체라면, 직원의 백신 접종 여부가 해당 직업군의 ‘자격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직원은 직장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제외된 해당 직원을 자동으로 해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재택근무나 무급휴가 등의 편의를 고려해봐야 한다.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할 경우 추가로 고려해야할 것은 직원이 백신을 맞으러가는 시간과 운전한 자동차 마일리지 등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주어야 하며 마일리지는 IRS 가이드를 참고하면 된다 (2021년 기준 56 cent/mile). 직원의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닌 선택일 경우에는 이런 비용 지급이 법적으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의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고려해볼만한 사항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백신을 선택화하면서도 더 많은 직원들의 접종을 위해 이러한 실비 뿐만 아니라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랄프스 (Ralph’s) 등 여러가지 마켓을 운영하는 크로거 (Kroger) 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직원들에게 현금 $100 을 지급하기도 하고, 타겟 (Target) 에서는 라이드 셰어 크래딧을 주기도 하며, 트레이더 조 (Trader Joe’s) 에서도 직원이 백신 접종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할 경우 2시간까지 유급 휴가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를 주는 것 조차,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EEOC 도 1월에 제안 지침을 내놨다가 2월에 번복하는 등,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고용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너무 많은 인센티브나 혜택을 줄 경우, 신체적 혹은 종교적 이유에 따라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차별’적인 인사조치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인센티브가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웰빙 프로그램’ (wellness program) 으로 간주되어 IRS 텍스 이슈나 HIPPA 의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규칙에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특별 세금 및 차별금지 규칙을 고려해야 하고, ADA 에 따른 통지 요건도 준수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노동법 로펌 Fisher Philips 집계에 따르면, 700 개의 고용주 설문 조사 결과, 인센티브를 고려하는 고용주의 38% 가 현금이나 기프트 카드, 30% 가 유급 휴가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5% 의 응답자는 직원들에게 현장 예방 접종을 제공하는 것이 충분한 인센티브라고 응답했고, 3% 의 응답자는 백신과 관련된 실비만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700 개의 고용주의 9% 만이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 하고 있고, 64% 는 선택화 하고 있으며, 27%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8일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용주의 백신 의무화에 대한 직원 소송이 제기됬다. 뉴멕시코의 구치소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자신이 ‘인간 실험대상’이 되도록 강요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고용주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 직원은 일반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FDA 가 비상 사용 승인 (EUA) 에 따라 백신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으나, 본인이 신체적 또는 종교적 이유 때문에 백신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고용주가 직원들이 비상 사용 승인에 따른 백신을 접종하도록 의무화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거나 혹은 뒤집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귀추가 주목된다.
결론을 맺자면, 고용주가 백신을 의무화 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으나, ADA 및 차별금지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만 의무화가 가능하며, 고용주가 직접 접종하는 것 보다는 정부기관이나 제삼자를 통해 접종하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많은 고용주가 소송 우려와 추가적인 책임에 따라 의무화 보다는 선택화 하고 있으며, 접종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줄 경우 최소한의 인센티브 (de minimis) 를 고려하되 차별금지 및 세금 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준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